편지

from Diary 2008/10/07 15:31


편지들에는 지인들의 소식과 계획과 사연이 들어있었다.
사소한 것에서 언제 바뀔지 모르지만 당장에 정해놓은 인생의 방향까지
나도 많은 편지들의 수만큼이나 갈팡질팡하는 마음과 경우의 수와
지금 생각하면 유치하기만한 내용의 글을 보냈었다.
초등학교의 첫사랑에게 쓴 편지를 시작으로 효도편지에서 멈췄던 편지가
친구들의 군입대부터 다시 시작되었고 이젠 내가 그 군인이 되어있으니
꽤 오랜시간 서신을 주고 받았던 것 같다.
부치고서 후회한 적이 있었고 그 때의 마음과 달라서 고쳐쓰고 싶기도 했다.
부끄럽고 유치한 글은 지금이라도 다시 받아오고 싶은 심정이다.
이메일도 몇 번인가 주고 받았다. 문자나 방명록이 일반적이라서 이메일마저도
괜히 아날로그스러운 느낌에 반가웠고 그 탓에 스팸조차 오지 않는 메일함을 종종 살폈다.
보통은 인터넷구매내역과 배송현황이 와있고, 고객관계말고 아는 사람에게 오는 것은 거의 없다.
편지가 뜸해진 것처럼 이메일도 뜸해졌으니까.
편지는 굉장히 일방적인 의사소통이라 생각했다. 답장이라 한들 100%의 대답을 해줄 수는 없으니까
나는 나 좋을대로 떠들고 관심도 없을지 모르는 사소한 것을 적는거다. 그 후에 답장을 받으면
'내가 뭐라고 써서 보냈더라' 하는거. 그게 편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문득, 아직 집에 가져다 놓지 않은
편지들을 읽어보다가 그것만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 편지들에 글을 쓰는 모습이나 편지를 부치는 모습이 있고, 나처럼 그들의 이야기를 적어서
'나는 잘 살고 있고 앞으로도 잘 살거다' 하고 말해주는 것이 있더라.
솔직히 내가 알 수 없는 타인의 삶은 나와 상관없는 것이란 생각을 했다.
근데 편지에는 친절하게 다 알려주는 일기가 써있는거다.
왜, 말로하기 편한 내용이 있고 글로하기 편한게 있는 것처럼.
오늘 나는 각자의 방식으로 살고있는 것을 마음으로 느꼈다.
그리고 나도 더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모두 잘 살게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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