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Diary
2008/09/12 17:27
국어를 가장 좋아하긴 했지만, 남다르게 뛰어난 실력을 보인 것은 아니고
고등학교 이후에 따로 한글에 대해 공부한 적은 없지만 몇몇 어휘의 쓰임에 매우 신경을 쓴다.
첫번째는 '얇다'와 '가늘다'로 흔히 '얇다'를 사용하는데, 그 쓰임이 잘못될 경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팔과 다리와 기둥과 손가락은 가는 것이지 얇은 것이 아니다.
종이와 천과 휴지는 얇다. TV에서도, 일상생활에서도, 심지어 버라이어티에 영화자막처럼 나오는 글귀들도
모두 다리를 얇다하고 종이도 얇다한다.
두번째는 종업원과 손님의 관계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이를테면 '이 스킨은 향은 좋으시구요' 라거나
'이 옷은 최근 트렌드라 사람들이 많이 찾으시는 제품이시구요' 등이다. 존댓말을 워낙 생활화하다보니
말이 익어서 나오는 실수겠지만 그것도 말끝마다 상품을 받들듯이 높여주면 내가 이 제품님을 감히
영접해도 되는건지, 미천한 피부에 발라드려도 되는건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소한 것에 신경쓰는 나도 유별나지만 조금만 더 신경쓴다면 좋겠다. 난 덜 신경쓰고.
있는 교양 없는 교양 다 끌어모아서 유난떨다가도 다리가 얇다 한마디에 생각도 '얇은'(얕은)
사람이 될지도 모르니까.
Trackback Address :: http://plan13.org/trackback/130